본문 바로가기

사는이야기

함 보내기와 함 받기

반응형

함 보내기와 함 받기

 

전통 혼례에서 함을 받는 것은 중요한 행사였습니다. 음과 양이 교차하는 시간, 청사초롱을 든 함진아비가 어둑해지는 마을 어귀로 들어서면 동네에서는 잔치가 시작되었는데요, 마을 사람들은 함이 들어으는 집에 모여 함을 파네, 못 파네 하면서 벌이는 함진아비의 익살을 구경했고 함이 팔리면 모두 흥겹게 먹고 마시면서 신랑 신부를 축하해 주었습니다. 요즘에 와서는 함을 전하는 관례가 간소화되어 구경하기도 쉽지 않게 되어 떠들썩한 함 받기 풍경은 신랑이 혼자서 함을 가져가고 가족들이 조촐하게 모여 결혼을 축하하는 행사로 자리잡아 가고 있습니다.

 

 

 

 

 

함 보내기

함을 보내는 시기는 보통 결혼식을 올리기 한 달 전에서 일주일 사이로 정하고, 주말 저녁으로 하는 것이 좋습니다. 전통 혼례에서 함진아비 또는 혼수아비는 신랑의 친구 중 이미 결혼하여 부부 금실이 좋고 첫 아들을 낳은 사람이라야 맡을 수 있었습니다. 함은 함진아비가 어깨에 메고 갈 수 있도록 무명필로 어깨 끈을 만듭니다. 무명 어덟 자로 된 끈을 석 자는 땅에 끌리게 하고 나머지는 고리를 만들어 함을 지도록 하였습니다. 함 끈은 한 번 잡아당기면 쉽게 풀리도록 묶었는데 이는 신랑 신부의 앞날이 술술 풀리기를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함을 묶었던 끈은 첫아이를 낳으면 기저귀감으로 썼습니다.

 

 

 

 

 

함진아비는 함을 내려놓지 않고 신부 집까지 가져가는 역할을 합니다. 옛날에는 잡귀를 막는다고 얼굴에 검댕을 칠했는데 요즘에는 오징어로 만든 가면을 씁니다. 함진아비를 앞세운 일행은 동네 어귀에서부터 함 팔기를 시작합니다. 신부측 사람들은 함진아비를 맞으러 나오는 데 신부는 함이 집으로 들어오기 전까지는 밖으로 나가면 안 되었습니다. 함진아비는 일부러 함든 시늉을 하며 인색하게 한 걸음 두 걸음 떼고, 신부측 사람들은 함진아비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돈을 놓고 술상도 놓고 신부 친구들이 나와 노래도 부르며 함진아비를 집까지 데려 옵니다. 신부 집에 도착하면 부정한 것을 없애기 위한 주술적 염원으로 박으로 만든 바가지를 깨고 들어가는데 요즘에는 플라스틱 바가지를 쓰기도 합니다. 이렇게 함을 팔고 받으며 마을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어울려 잔치를 즐겼습니다. 그러나 요즘에는 아파트 생활을 많이 하고 이웃을 모르고 사는 경우가 많아 먼 곳에서부터 떠들썩하게 함을 팔면 이웃에 피해가 됩니다.

 

지나친 함 값 요구는 좋은 날의 분위기를 망칠 수 있으며 함을 팔러 가기 전 신랑측과 미리 적당한 함 값을 결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함 값은 신부 친구들에게 꽃값으로 나누어 주기도 하고 신부 친구들은 그 돈을 집들이 선물을 장만하는 데 쓰기도 합니다. 흥을 돋우되 적당한 선에서 함을 주고 받아야 흥겹고 의미있는 잔치가 될 것입니다.

 

 

함 받기

함이 들어오는 날은 신부가 처려로서 보내는 마지막 잔치입니다. 그 날의 주인공답게 한껏 앳되고 예쁘게 꾸미고 신랑은 보통 양복을 입지만 신부와 함께 한복을 맞춰 입는 것이 보기 좋습니다. 신부의 집에서는 함 받을 준비를 하며 병풍을 쳐 차단된 공간을 만들고 붉은 보자기를 깐 소반 위에 정화수와 찹쌀과 팥을 섞어 찐 봉치떡(봉채떡:함을 받기위한 떡)을 시루째 얹어 놓습니다. 예전에는 작은 시루와 큰 시루 두 개를 준비했는데 요즘에는 작은 시루의 봉치떡만 쓰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신부 집에서는 집안에 들어온 함진아비를 정중히 맞아 서로 맞절을 합니다. 그리고 함을 받아 떡시루 위에 얹어 놓습니다. 함에서 혼서지를 꺼내 보고 함은 신부 일행이 기다리는 방으로 들여보냅니다. 함을 받는데 쓰인 봉치떡은 신부의 밥그릇으로 잘라 신부에게 제일 먼저 먹이는데 이것은 아들 낳기를 기원하는 풍습입니다. 신부와 친지들이 함께 함을 열러보고 덕담을 주고 받습니다.

 

함 받고 난 후의 절차

신부 집에서는 수고한 함진아비 일행에게 한식 잔치상에 오르는 몇 가지 음식을 마련해 정성스럽게 대접합니다. 식사가 끝나면 함진아비 일행은 오래 머물지 않고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깁니다. 신랑 신부와 가족들은 결혼식 당일에는 정신 없이 바빠 가장 가까운 사람들을 챙기지 못합니다. 함 받는 날을 결혼 축하 전야제로 삼아 친지들이 모여 조촐하게 즐기는 자리로 만들면 의미가 있습니다.   

반응형